
서울 강남의 밤은 여전히 분주하다. 대형 빌딩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 뒤에도 골목 안쪽 노래방의 네온사인은 새벽을 향해 버틴다. 퇴근 후 넥타이를 풀어헤친 직장인, 시험을 마친 대학생, 하루 매출을 정리한 자영업자까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는다.
이곳에서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안전한 배출구이고, 누군가에게는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전하는 언어다. 최신 아이돌 곡부터 90년대 발라드까지, 선곡표에는 각자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다.
노래방 업주 김모 씨는 “코로나 이후 손님 수는 예전만 못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 진지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술집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서 노래로 풀고 가는 것 같다”며 “마이크를 내려놓을 때 조금은 가벼워진 얼굴을 보면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강남 퍼펙트
한편, 강남의 노래방 문화도 변하고 있다. 무인 결제 시스템과 방음 개선, 혼자 노래하는 ‘혼코노’ 공간이 늘어나며 이용 방식이 다양해졌다. 짧은 시간, 낮은 비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1인 고객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지만, 노래방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화려한 강남의 이미지 뒤편에서, 작은 방 하나와 마이크 한 대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정리해준다. 새벽 두 시, 마지막 곡의 전주가 흐르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루를 견디기 위한 짧은 휴식이 그렇게 끝난다.